2000년대 남북 공연교류의 성과와 문제점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1) 남북 공연교류의 성과

 

반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남북한은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면서 서로 다른 사회문화를 형성해 왔다. 특히 동족상잔의 전쟁과 그 이후의 적대적 체제 대결로 공연예술 분야마저 적대적 내용과 이질적인 공연 미학을 토대로 이질화가 가속화되었다. 남북한 사이의 첫대면 장이었던 1985년 교환 공연에 대한 상호 비방은 이질화된 공연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초의 공연 교류를 거쳐 2000년 이후 공연교류는 이질성 속에서도 상대 공연문화를 존중하고, 상호 공통성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의 장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연 장르의 대부분이 음악 장르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음악 가운데서도 전통음악, 기악(서양 클래식), 대중가요가 주를 이루었다. 전통음악은 남북 사이의 문화적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분야이며, 기악은 가사가 있는 노래에 비해 이념의 직접적 표출이 없기 때문에 상호 이해가 용이하고, 대중가요 역시 정치성이 비교적 약할 뿐만 아니라 상대 주민들에게 정서적 친화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르 편향 자체가 남북한이 정치성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이질감의 극복을 통해 공연교류를 성사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남북 공연교류는 핵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남북한 사이의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하여 서울과 평양에서 전개된 상호 방문 공연은 본격적인 남북화해시대를 여는 상징적 사건으로 인식되었다. 핵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 조건 위에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는 분단체제하에서 형성된 남북한 주민의 적대의식 해소가 중요한데, 이 시기 남북 공연교류는 적대적 대결의식의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민족 공통의 문화유산인 <춘향전>을 각각의 무대미학에 맞추어 공동 공연을 올린 것은 물론, 동학혁명을 소재로 한 남한 가극 <금강>의 평양 공연은 스토리가 있는 공연 레퍼토리를 공연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대표적인 공연물인 교예(서커스)2000년의 서울 공연 이후 금강산관광지구(금강산문화회관)에서의 상설공연으로 금강산 관광에 나선 남한 관광객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도 기록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자, 조용필, 김연자, 윤도현밴드를 비롯한 아이돌 가수들까지 평양공연을 진행하고 그 공연을 방송매체를 통해 남북한 주민에게 공개한 부분도 이질성 극복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연교류의 양적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민간 부문(공중파 3사 포함)에서 남북 공연교류의 주체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이 시기 남북 공연교류의 성과라 할 수 있다.

 

2) 남북 공연교류의 문제점

 

남북한 공연교류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안고 있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첫째, 2000년 이후의 남북 공연교류는 그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남북정상회담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사건의 장식물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시적 효과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추진되어 비용은 많이 들면서도 지속성은 갖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자율적 영역으로서 남북 공연교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남북관계의 상황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성사 여부가 결정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한계를 강화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남북 공연교류가 지나치게 성사 자체에 목표를 둔 관계로 남과 북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이질성이 심화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음)의 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북한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혁명가극 <피바다><꽃 파는 처녀>, 혁명연극 <성황당>이나 민족가극 <춘향전> 등은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조차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 남한의 주요 공연 작품 역시 북한에 소개되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아직 상대방 예술을 제대로 접해 보지도 못한 셈이다.

셋째 북한에 비해 남한 측의 강한 의지로 공연교류가 추진되면서 공연교류를 기획하는 남한 내 공연기획사들 간의 한 건 주의식과당경쟁으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들고 성사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연교류 시 북한에 제공하는 지원금은 이른바 퍼주기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 남남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이 공연교류를 경제적 수입원의 하나로 볼 뿐 공연문화 발전을 위한 예술 분야의 교류 사업으로 인식하게 만들지 못한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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