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북한의 시각문화 정책의 변화

 

박계리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원

 

1) 해외미술시장 및 국제 전시에 적극적으로 진출


남북 미술교류가 남북 간의 정치적 문제로 안정적으로 진행되지 못하자, 북한 미술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자신들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나라에서부터 시작된 해외진출은, 중국, 러시아, 프랑스, 불가리아, 세네갈, 짐바브웨,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으로 확장해가며 미술품 전시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또한 만수대창작사는 해외활동을 위하여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을 따로 두어 외국으로부터의 주문·제작을 받고 남한 및 여러 나라에 판매목적의 그림을 보내거나 작가를 직접 해외에 파견하여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북한의 수주 현황>

(「北, 아프리카 공사 수주 1억 6천만 달러 벌어」,『데일리NK』2010.06.22.)

 

위의 표에 따르면 북한 미술 및 건축계는, 영웅을 위한 조형과 기념비 제작에 익숙한 경험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토대로 제작비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2007년에는 만수대창작사가 베이징에 미술관을 개관하였다(2007.9.23.). 중국 베이징 예술의 거리인 ’798예술구’ 인근 환톄(環鐵)예술구에 개관하였는데, 중국미술계는 현재 세계미술시장의 핵심으로 떠올라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에는 전 세계의 미술 딜러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중국시장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려는 미술정책은 매우 적극적이며 효과적인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미술품 매매 및 경매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영국 런던의‘라 갤러리아’에서 북한 미술품이 전시 후 매매된 것을 기사화하였다. 선우영 작품이 1만4000 파운드(약 2800만 원)에 판매되었고, 그 외 작가의 소품들도 500∼600파운드(약 93만∼114만 원)에 수십 점이 판매되었음을 보도하였다.(「北 미술품, 영국서 수천만 원대 낙찰」, 『세계일보』, 2007.08.29.) 중국의『베이징만보(晩報)』는 2010년(2010.12.17.~18)중국의 타이핑양궈지(太平洋國際)경매회사가 중국주재 북한대사관과 공동으로 북한 미술품(정창모, 선우영, 최성룡, 강훈영, 김상훈, 박래천, 김훈 등의 작품)의 경매를 실시하였음을 보도한 바 있으며, 최근 연합뉴스도 베이징 경매에 출품된 이석호의 작품에 대한 기사를 소개한 바 있다(2012.2.14.)


흥미로운 사건은, 독일 사진작가인 안드레아 구르스키가 평양의 집단체조 장면을 촬영한 작품인 <평양IV>이 런던 소더비 경매(2010년 10월)에서 130만 파운드(약 23억 2천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이 작품은, 구르스키가 지난 2007년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것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으로, 그의 <평양 II> 는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되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2012. 2.14. 각각 가로ㆍ세로 200㎝ 내외 사진 2장이 한 세트로, 경매 추정가는 70만~90만 파운드-약 12억3,700만~15억9,100만 원). 세계 미술 시장에서 안드레아 구르스키 작품의 높은 평가는, 물론 그의 조형언어에 대한 미술계의 평가와 관계되는 것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소통될 수 있는 북한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세계화 시대의 지역성의 문제는, 세련됨과 촌스러움의 문제처럼 대립적이지 않은 공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2) 식산흥업을 위한 시각디자인 분야 진흥에 관심 고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구호였던 ‘디자인 서울’에서 보여주듯, 디자인이 발전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시켜낼 수 있다는 신념이 북한 미술정책에서도 제기되어  2000년대 들어와 강력하게 동작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3월에는 산업미술을 통일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중앙산업미술지도국을 신설하였다. 이 지도국에서는 각종 형태의 도안 창작과 산업미술에 대한 연구보급, 기술지도, 감독통제사업 등을 담당한다. 2012년 4월에는 우리의 예를 들면 디자인 박물관이나 디자인 센터의 개념을 포괄한 ‘국가산업미술중심’을 건립하여 개관하였다. 이곳에는 중앙산업미술지도국과 조선산업미술창작사, 조선산업미술정보교류사 등이 입주하였고 있으며, 창작실, 사무실, 1층과 2층의 전시장, 300석 회의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 건물 1층에서는 “항일무장투쟁시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1,700여 점의 산업미술성과자료들이 년대순으로 전시”되고 있으며, 2층에서는 조선산업미술창작사, 각 도산업미술창작사, 성·중앙기관의 산업미술창작단위들, 평양미술대학을 비롯한 교육단위들에서 내놓은 1,000여 점의 각종 도안들과 제품들이 전시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북한미술계가 디자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결국 이러한 시스템이 어떠한 변화된 결과물들을 생산해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에서 상품의 경쟁력에 미치는 디자인의 중요성은 이미 충분히 검증된 사항이기 때문에 북한의 최근의 이에 대한 정책 방향은 물론 의미 있는 변화라 하겠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개별 상품들의 결과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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