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남북한 언어·문학 분야 교류 협력의 성과와 문제점

 

 

김성수(성균관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북한의 변화와 특유의 언어·문학적 특성 때문에 남북한 언어·문학 분야의 교류와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다행히도 통역과 번역 없이는 의사소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기 전인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과 그 성과인 6.15공동선언 이후 활발한 교류가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거시적인 남북한 통합프로세스의 기준을 보면, 이전까지의 상호 무관심과 적대 단계를 넘어서서 상호 이해와 화해, 교류 단계에 비로소 올라선 것이다. 2000년대 언어·문학 분야의 교류 협력 성과는 눈부실 만큼 대단했지만 2010년대 들어 다시 소강상태에 빠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그리고 현재의 남북 교류의 단절 사이에는 미사일 및 북핵 위기 등 국제정치적 위기가 지속되었다. 남북, 북미 간의 갈등과 적대 속에 파생된 역학관계가 6자회담 및 지난 정권의 화해와 교류·협력의 틀 속에서 일단락되었다 하더라도, 고질화된 남남갈등과 북한의 개혁 개방 시도의 잇따른 좌절로 인해 2008년부터 현재까지 남북의 실질적인 교류, 협력, 그 이상의 단계별 통합프로세스는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언어·문학 교류를 강화 확대하여 구체적인 조직체까지 결성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2005720일부터 25일까지 평양, 백두산, 묘향산 등지에서 남북 문인 200여 명이 참석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20061030일에 금강산에서 결성된 남북한과 해외 민족문학가들의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 2008년에 두 차례 간행된 <통일문학>지의 발간, 그리고 남북 관계가 거의 단절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등은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두절미하고 작가대회와 문학인협회 결성, 그리고 공통어 사전 사업 등을 통해 통일된 남북한 언어와 문학은 저 너머에 있는 죽은 지식덩어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생활적학문적 실천의 대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남북 언어·문학 간의 교류와 협력이 학자나 문인들만의 물정 모르는 낭만적인 산물이거나 당국자들만의 물신화되고 화석화된 독백이 아니라, 실질적인 통일 언어·문학으로의 도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통일된 민족 언어·문학으로의 도정에 대해서 남북한 학자나 문인 사이에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가 있진 않다. 무엇보다도 두 체제 사이에 언어·문학관, 세계관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이 아니라 통이(通異)’, 즉 이질적인 두 체제 사이에 소통이 간신히 이루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평양과 금강산, 북경과 심양 등지에서 남북의 학자, 문인들은 때로는 근엄하게 회의를 진행하고 때로는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술도 마셨다. 하지만 거리감은 숨길 수 없었다. 분명 서로가 하나의 모국어로 언어·문학통일을 이야기했지만, 언어·문학의 본질과 사회적 의미에 대한 남북 양측의 기준과 기대가 워낙 다르고, 통일의 성격과 지향을 두고도 현격한 간극이 있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상적인 것은 분명 통일된 언어·문학이지만 실제 부닥치는 현실은 체제와 이념의 간극 이상으로 벌어져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체제의 수령에 대한 끝 간 데 모르는 신성시와 온갖 관료주의적 행태는 그 정도가 심해 충격이었다.

  하지만 국제정치적으로 냉혹한 분단·북핵·6자회담 시대인 지금 남북 학계가   쉽게 의견 일치를 볼 수 없더라도 남북이 함께 만나 2천 년 이상의 유구한 오랜 문학사적 전통 합의하기로부터 출발하여 상호 이해, 교류, 협력, 동거, 통일, 통합 등 단계론적 통합논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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