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북한 방송 현황과 북한의 변화

 

이주철 (KBS 남북협력기획단 박사연구원)

 

1990년대 이후 북한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하였다. 이로 인해 북한주민 다수가 기아상태를 경험하는 일도 벌어졌고, 많은 탈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제의 마비는 식량난뿐만 아니라 모든 공장 기업소에까지 파급되었고, 이런 상황은 방송 영역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위기 국면에서도 북한정권에게 선전선동수단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들 방송기관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운영이 지속되었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2000년까지 거의 방송시설 등에 투자를 할 여력이 없었고, 결국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방송 영역에도 일정한 활기가 주입될 수 있었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도 북한방송은 체제 유지를 위한 선전에 모든 것을 우선했고, 특히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우상화에 전력을 다했다. 이처럼 북한정권과 방송은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했지만, 북한주민들의 생활과 방송환경에는 상당한 변화가 나타났다.

경제 위기와 대외 접촉의 증가는 북한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촉하는 기회를 증가시켰고, 북한주민들은 컬러 텔레비전·동영상 재생기의 구매와 외부의 동영상, 음악, 라디오 정보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에 대한 북한정권의 통제가 강화되었지만, 북한체제 전반의 체제 이완으로 인해 북한주민의 일부는 북한 방송과 남한 등 외부 방송을 함께 경험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정권의 배급과 통제 능력 약화, 부정부패의 만연, 경제 위기로 인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욕구, 북한 방송의 경직성, 외부 동영상 정보의 오락성 등이 원인이 되어 사회 각 계층의 접촉이 확대되어 갔다. 특히 남한의 동영상은 언어가 같고, 오락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에 접촉한 북한주민들은 일종의 중독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 북한 내부에서는 힘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외부 동영상 등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상황이 진행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정권은 사회에 대한 사상적 통제를 강화하기도 했지만, 방송에서도 일정한 변화를 나타내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북한 드라마의 반복 재방송과 제작 부족을 대체하기 위해 중국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방영하기도 했고, 2010년경에는 국제 스포츠 소식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월드컵 축구 등과 같이 북한주민이 관심을 가진 국제 경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예년과는 달리 빠르게 방송하는 변화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 방송의 변화는 북한주민들의 외부 방송물에 대한 욕구와 북한 방송에 대한 관심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즉 북한주민들이 북한 방송을 보지 않으면, 북한정권이 의도하는 선전선동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며, 북한 방송의 존립을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북한 방송의 변화가 북한주민들을 다시 TV 앞으로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10년에 방영한 중국 드라마 잠복의 경우, 중국에서 큰 반응을 얻었던 것에 이어 북한 내부에서 큰 열풍을 불러 왔을 정도이다.

이처럼 북한 방송은 작지만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북한 방송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회복하는데 제한적이나마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최고권력자에 대한 우상화에 모든 초점을 두고 있는 북한방송이 북한 시청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매우 많다. 더군다나 2000년대 초반 남북방송교류 등을 통해서 최신 방송 기자재를 도입할 수 있었던 상황이 중단되었고, 외부 세계의 동영상과 경쟁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재정적·사상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 방송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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