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보다 사탕알

- 김정은 시대 초기의 북한문학

 

김성수(성균관대 교수)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인민생활 향상을 중시하고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을 위한 해로 선포하였다. 이를 위해서 생필품 생산과 경공업 발달에 전에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 이후 ‘인민생활 제일주의’를 내걸면서 농업과 경공업 등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런 기조를 ‘강성대국 원년’이라는 2012년까지 계속 이어왔다. 한마디로 ‘민생’ 담론이 김정일 시대 말기부터 김정은 시대 초기의 가장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년 간의 김정은 시대 초기 북한 문단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후광을 업은 김정은의 ‘수령 후계’담론과 함께 ‘민생’담론이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민생 담론은 아직도 지배이데올로기의 표면에서 강고한 위력을 발휘하는 ‘선군(先軍)담론’과 균열, 충돌하기도 한다. 문학적 레토릭으로 표현한다면 ‘사탕 한 알과 총알 하나’의 상징적 대비가 정중동처럼 문학판 전체에서 역동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탕 한 알 변변히 먹이지 못하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픕니다 /이제 그 애들이 크면/ 사탕알보다 총알이 더 귀중해/ 이 눈보라를 헤쳐가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 거라고
(중략…)// 밝게 웃어라/ 마음껏 뛰놀거라/ 사랑의 손풍금도 안겨주시고/ 야외빙상장, 물놀이장
이 세상에 제일 좋은 유희장도 주셨습니다

 

소년단 창립 65주년 기념식의 연설과 경축시 「우리는 영원한 태양의 아들딸」(2012.6)에서 보듯이, 죽은 김정일 시대의 선군담론에선 ‘사탕알보다 총알이 더 귀중’했겠지만, 새로 출범한 김정은 시대의 민생담론에선 더 이상 총알이 아니라 ‘사랑의 손풍금(아코디언)’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강고하게 자리잡은 선군 대신 인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시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 여기서 20대 청년 지도자의 눈에 든 것은 도로 및 철도, 공항, 항만 등 대형 사회시설 대신 도시 경관 재개발과 공공문화시설, 체육시설, 상업시설, 위락시설 등 대중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였다. 특히 개개인의 생활문화를 바꾸어 나갈 각종 인프라를 전 방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강성대국’의 실체가 바로 이러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가령 김경일 단편소설 「우리 삶의 주로」(2012.4)에서는 기초식품공장 식료기계기사인 진석의 입을 통해 총알보다 사탕알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장군님께선 쏟아져나오는 사탕과자와 갖가지 식료품을 만족하게 바라보시며 인민들에게 당과류와 식료품을 마음껏 먹이는 게 자신의 소원이라고, 자신께서는 오늘 인공지구위성을 쏘아올린 것보다 더 기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게 된 데는 새 지도자인 김정은의 지도자 이미지가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 담론과 차별화를 보이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물론 김정일 사후 쏟아져 나온 추모문학을 통해 이미 “김정은 동지는 김일성 동지이시며 김정일 동지”라는 표현이 공식화되었다. 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절대적 권위에 편승한 전형적인 모방, 승계 방식이다.  「인민이여 우리에겐 김정은 대장이 계신다」나 「최고사령관의 첫 자욱」 등 정권 초기의 숱한 문예작품에서는 여전히 조/부의 권위에 편승하고 후계자 승계를 자연스레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청년 김정은이 항일 투사 김정일과 문화 전사 김정일의 복사판이란 매도를 받지 않으려면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것은 자연 연령상의 ‘젊음’에서 나온 친근한 지도자 이미지이다. 가령 「우리는 영원한 태양의 아들딸」(2012.6)를 보면 그만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뜻 깊은 설 명절날/ 장군님이 그리워 잠 못드는/ 만경대 원아들을 찾아 한 품에 안아주실 때/ 언 볼을 녹이며 흘러드는/ 어버이 뜨거운 사랑/ 머리맡에 깃드는 다심한 그 손길!// 하나의 작은 책상에도/ 강의실의 지형사판에도/ 정 깊게 깃들던 어버이 마음/ 허리 굽혀 체육관의 바닥도 쓸어보시며”

 

유아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볼 때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아버지, 어버이라기보다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할아버지거나 너무나 멀리 높은 곳에 있는 피안의 절대자였을 터이다. 그에 반해 청년 김정은에게 아이들이 안기면 푸근하고 친숙하단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시는 바로 이런 점을 소구하고 대중이 접근하기 편한 친근성, 친숙함의 이미지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지도자상을 내세웠다. 이는 조/부와 차별되는 김정은만의 ‘구별짓기’ 전략이다.

 

김정은 시대 초기의 주민 생활상을 그린 ‘사회주의 현실 주제’ 문학은 “사탕 한 알과 총알 하나”의 상징적 대비에서 보듯이, 표면적인 선군 담론의 자장이 구심력을 잃고 이면에서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민생 담론으로 원심력을 보인다. 선군과 민생 사이에서 역동적인 방향 모색 끝에 서서히 민생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선군 담론이나 그 자장 속에서 ‘발걸음’으로 상징되는 후계자 승계 담론을 펴지 않아도 민생과 미래를 자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KBS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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