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정권의 경제정책 방향과 전망

 

오승렬(한국외대 중국학부 교수, 경제학)

 

 

  1994년 김일성 사후 장기간의 유훈통치 기간을 두고 전면에 나서기를 꺼렸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북한체제의 조기 정상화를 위한 정치일정을 소화하면서 잦은 매체 등장을 통해 최고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북한의 외형적 안정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한경제의 향방에 대한 외부의 전망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경제의 정상궤도 진입은 김정은 후계정권의 존립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안전판이며, 현재의 북한경제 체제로는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할 수 없음도 명백하다. 2013년 김정은의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떻게 변신할 것인가? 


  김정일 사망을 전후하여 북한은 황금평 지대법을 포함, 일련의 대외경제 관련 법규를 제정 또는 개정했으며, 2011년 사상 최대 규모의 북·중 무역규모를 기록한 데 더해 2012년 상반기에도 지속적인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편승하여, 일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단편적 소식과 김정은의 언사 한마디 한마디에 의미를 부여하여 북한의 본격적 개혁·개방이 임박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북한경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하는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 이후에도 북한의 주요 경제관련 학술지나 당 기관지 및 기타 매체는 여전히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유효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새로운 변화를 예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서구 유학 경험까지 가진 젊은 김정은 시대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북한체제가 개혁의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어려운 제약요인도 엄연히 존재한다. 북한 신지도부는 기본적으로 김정일 시대의 연장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치적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흔히 외부 관측자들은 막연히 북한이 중국식 개혁 노선을 채택할 수밖에 없으리라 전망하지만 1980년대 중국의 개혁 초기와 김정은의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의 혼란과 파괴를 반면교사로 삼아 마오쩌둥 노선과의 결별이 가능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김정일의 정책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새 길을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 김정은정권의 경제정책은 기본적으로 김정일 시대의 연장선에 있으며, 북한의 경제노선 변화는 이미 1998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비록 개혁의 속도와 범주 확대는 매우 점진적이지만 변화의 방향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시대의 북한지도부가 갑자기 중국이 개혁 초기에 취했던 것과 같은 공개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영역의 개혁개방 정책을 공표할 것인가 등의 질문은 기본적으로 북한이라는 맥락을 벗어난 것이다. 북한경제의 대외경제, 가격 및 임금, 기업 인센티브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제도와 정책은 김정일 생전인 1998년 신헌법의 채택으로 시작됐다. 북한의 새로운 경제정책은 2002년 7.1조치부터 2005년까지 정점에 이르렀으며, 경제적 부작용으로 인해 2005년 이후 2009년까지 새로운 정책은 답보상태에 빠지고 북한 당국의 유사시장기제에 대한 통제도 강화된다. 그러나 통제 강화 시기에도 북한이 1998년 이후 추진해 왔던 제도나 정책 변화의 방향 자체가 역전된 것은 아니며, 단지 변화의 속도가 느려지거나, 새로운 조치의 채택이 중단됐을 뿐이다.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새로운 정책 채택을 위한 북한의 모색은 계속되고 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추진됐던 경제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빈부격차, 그리고 비공식부문 경제의 확대 등의 부작용을 낳았던 근본적 원인은 북한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던 시점의 북한경제 초기여건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보장해 줄 수 없었으며, 개혁 추진 과정에서도 공급 증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새로운 정책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가족영농 및 다양한 소유형태의 기업 설립은 현존 권력엘리트의 특권과 이권 개입 가능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서는 북한의 현존 정치질서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신지도부는 과감한 개혁조치를 공개적으로 채택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큰 것은 1998년 이후 북한의 경제노선 변화 및 정책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보완적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김정일 노선으로 확대 재해석한 다음, 실험과정을 거쳐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김정은정권의 경제개혁 성공 여부는 농업과 공업의 실질적 공급 확대를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개혁조치의 채택과 대외 경제환경의 개선, 그리고 개혁의 편익이 현 체제의 비효율성이 초래할 비용보다 크고 지속적일 것이라는 점에 대한 북한 권력엘리트의 공감대 형성 가능성에 달려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시도할 새로운 경제정책의 비용을 낮추고, 개혁이 수반할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KBS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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