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정권의 2012년 경제 평가

 

차문석(통일교육원 교수

  
김정은정권이 주도했던 첫해인 2012년의 북한 경제는 대내 및 외부 환경의 급변과 불안정으로 인해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했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대내적으로 김정은으로의 갑작스런 권력 교체는 정치적 의제, 즉 김정은 체제의 조속한 안정이 당장 시급한 경제적 의제들을 압도하게 되는 내부 구조를 낳았다. 2012년 상반기에 이러한 경향이 특히 강했는데, 이 시기에는 김정일 정권이 물려 준 유훈과 사전에 기획된 정치적 이벤트들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가령, 김정일 장례식, 충성맹세 집회, 김정은에 대한 계획된 절차의 권력 승계, 김일성 100회 생일행사(태양절 행사), 장거리 미사일 발사(4월), 대규모 열병식과 축포행사 등은 김정일 정권 시기에 이미 기획된 것들이었다. 여기에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지출되었으며 마치 1989년의 평양축전처럼 2012년의 경제난을 가중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강성대국(1980년대 말의 경제수준의 회복을 목표) 선포라는 야심찬 기획의 실패가 확연해졌다. 내부 경제정책의 부재 혹은 불발로 생산부문의 피폐화가 지속되었고 경제의 재생산 문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생존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가중되었다.


한편, 2012년 외부 환경은 특히 북한 경제에 치명적인 환경으로 조성되어왔는데, 이는 모두 북한이 자초한 것이었다. 주지하듯이 북한은 2010년부터 한국의 5.24조치가 취해진 이후로 심각한 경화 부족에 시달려 왔다. 그동안 북한경제는 중국의 명시적이고 암묵적인 지원을 통해서 버티어 왔다. 하지만 2012년 4월에 중국마저 극구 반대했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서 핵보유국 지위를 명기하자, 각국은 그나마 실행했던 대북 경제 지원을 중단하였다. 특히 중국은 매년 연례적으로 실시해 오던 대북지원을 중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산소호흡기’라는 별칭을 얻고 있던 중국의 대북지원의 중단은 북한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2012년 하반기에는 이러한 상반기의 출혈 지출로 인해 악화된 경제난 속에서 정권 안정과 체제 유리를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경제난을 봉합하려는 각종 노력과 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이루어졌으나 체제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김정은정권은 2012년에 몇 가지 방식으로 외화 등 경제적 자원을 확보하려고 했다. 첫째, 내부 경제의 외화 부족을 대중 출혈 수출을 통해서 충당하려고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중국에 대한 북한의 무역의존도는 90% 수준으로 심화되었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 품목은 석탄이 전체 수출규모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고 철광석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석탄을 주 에너지로 삼고 있는 북한 산업생산에 큰 타격을 가함으로써 국내 생산 능력 저하를 현저히 발생시켰다. 둘째, 외화획득을 위해 노동력의 대대적인 수출(송출)을 감행하고, 내부 관광지를 외부에 제한적(폐쇄적)으로 개방하여 관광사업을 진행시킴으로서 외화를 획득하려고 했다. 이는 김정은정권이 보기에 개혁 개방이라는 위험천만한 모험 없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했다.   


셋째, 대내적으로는 ‘6.28방침’ 등을 통해 시장적으로 준동하는 내부 자원을 안정적으로 수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고 했다.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아 확실한 내용을 알 수 없지만 6.28방침은 개혁조치가 아니라 북한식 계획경제의 정상화(反개혁)와 이를 통한 체제 안정화를 기조로 하는 경제관리체계의 모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시기에 군부가 통제하던 내부 잉여를 당과 내각의 통제 아래로 이관시키는 작업을 진행시켰고 이 과정에서 반발하는 군부에 대해 숙청과 충성맹세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하였다.  


김정은정권이 추구했던 경제전략의 결과, 북한에서 가격의 기본이 되는 쌀가격은 2012년 2월 약 3,000원에서 9월 말 약 6,500원으로 크게 변동했으며, 달러환율 또한 같은 기간에 3,650원에서 6,450원으로 급격히 상승하여 북한 원화 가치 몰락 현상과 초(超)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북한 화폐를 기반으로 경제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2012년을 목표로 수년 동안 이루어져 왔던 강성대국 건설이 평양과 일부 대도시의 건설 사업에 집중되어 실행됨으로써 북한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극대화되었다. 이로써 일반 주민들의 생존 문제는 더욱 극적인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2012년은 권력 교체기로서 최근 몇 년 동안 외화가 가장 많이 지출된 해이며, 반면에 대내외 환경의 제약으로 외화 수입은 가장 적었던 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초에 강성부흥전략, 새 세기 산업혁명,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내걸고 출발한 김정은정권은 지난 시기의 경제전략을 고수 답습했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2012년을 장거리 미사일 발사(12월 12일)로 마침표를 찍었다. 북한은 이를 ‘국가부흥전략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고 하지만, 북한경제의 악화된 현실, 그리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부흥이 아니라 오히려 ‘고난의 강행군’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KBS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목록보기

goo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