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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정권의 성격과 전망

류길재(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연구학회 회장)

김정은정권은 왕조체제의 ‘불완전한’ 세습 정권으로 1년을 보냈다. 김정은의 권위가 절대군주의 자손이라는 사실에 의해 확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왕조체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시점은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난 이후였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왕조국가의 세습승계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왕조체제라면 일찍부터 후계자를 내세워 교육 등에서부터 군주에게 필요한 덕목을 가르쳤어야 하는데, 김정은은 그런 식의 군주 교육을 받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완전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다.


김정은정권의 성격을 파악하려면 먼저 김정일이 정권을 승계했던 과정과 비교해 봐야 한다. 첫째, 김정일은 1974년 내부적으로 후계자로 낙점을 받은 때로부터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시까지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했던 실질적인 최고지도자였다. 반면에 김정은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때까지 실질적인 통치보다는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왕세자의 신분이었다. 둘째, 따라서 후계자 수업의 기간과 강도에 있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 셋째,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해도 자신의 측근그룹들이 계속성을 갖고 강고하게 구축되어 있었던데 반해서 김정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버지가 군부의 후견인으로 내세운 리영호가 갑작스럽게 숙청된 것을 보면 김정은의 인적 권력 기반이 구축되기 시작한 것은 정권이 출범하고 나서이다.
이와 같이 김정일의 승계 과정과는 매우 다른 승계 과정을 거친 김정은으로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는 자신의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존재하는 동안 비교적 안전하게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 시기 북한의 대내외 상황도 안정적이었다. 김정일에게 커다란 위기의 순간은 사회주의권이 몰락한 직후 경제난이 분출했고,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에 기반해서 극복해 냈던 것이다. 김정은은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자신을 맞추든지, 아니면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든지 해야 한다. 김정일이 안정적이며 장기간 동안 만들었던 시스템을 김정은은 비교적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셈이다.


둘째,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자신의 정책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 정치는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움직인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20여 년 전 그러했듯이 아버지의 ‘유훈’을 내세우고 있다. 강성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별로 실익이 없는 행동이지만, 아버지로부터 정당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버지의 유훈을 강조하면 할수록 김정은으로서는 정책 자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쉽게 말하면 아버지가 아닌데 아버지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으려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아버지가 내세운 측근 그룹을 자신에게 충성하는 그룹으로 대체해야 한다. 최룡해의 급부상과 리영호 숙청이 바로 이를 보여주는 징후이고, 지금도 그런 작업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배제되는 그룹을 다독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간부를 충원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려면 이들에게 줄 수 있는 특권이나 이익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어느 한 편의 불만은 피할 수 없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김정은정권의 안정성을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정은정권이 자신의 정책을 수행하게 되면 권부 내에서 복잡한 이익의 갈등과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6∙28 방침’이나 중국과의 경협 확대와 같은 경제 개혁∙개방 정책은 당∙군∙내각 등의 경제사업 단위들의 역할을 재배치하고 재편할 것을 요구한다. 이미 2012년부터 그런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이 과정이 단기적으로 김정은정권에게는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결국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대미 대화 등을 통해 경제적 자원을 확대시켜야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볼 때 선택지이지만, 김정은정권이 그런 방향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 관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북한의 화답을 받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이 글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KBS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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