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정 내 여성의 위상 변화

 

북한은 정치체제와 전통적 관습 등으로 인해 가정에서의 남성의 주도권이 대단히 강한 사회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아내의 경우도 남편의 ‘손찌검’ 같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가사노동도 여성에게 가중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북한 경제가 붕괴하고, 가장이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차츰 가정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 북한의 가정을 지탱하는 힘은 대부분 장사를 하는 아내에게서 나온다. 하지만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 남편들이 여전히 있어서, 부업 노동과 가사 노동을 동시에 하는 아내들이 이런 남편을 아무런 필요가 없다고 해서 ‘낮 전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직도 남편들의 가사 노동 참여가 매우 적기 때문에, 장사와 각종 동원에 시달리는 아내들은 밥까지 해야 하는 가사 노동이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연히 가정 내에서는 가사노동을 놓고 다투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는 “남자의 자존심을 지킨다고 해서 (밥을 스스로 해 먹지 않고) 밤 12시라도 부인이 올 때까지 베개 베고 누워서 기다리는 남편”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장사를 하는 아내를 대신해서 남편들이 동원을 나가고, 밥을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이 장사를 해서 가정 경제를 책임지게 되면서 아내의 위상이 달라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며느리가 시집살이를 했는데, 돈을 잘 버는 며느리의 경우 시어머니가 시집살이를 하기도 한다. 특히 맏아들이 시부모나 시동생들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큰 아이부터 일자리 찾아서 집을 떠나게 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요즘은 막내와 부모님이 사는 경우가 많다. 결혼 안 했을 때는 막내를 데리고 있다가 결혼하면 그 집에서 같이 산다. 여느 남한의 가정과 마찬가지로 고부간의 갈등도 있는데, 특히 “시부모들이 밖에 며느리 비평을 많이 하는 것”이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들이 장사를 하면서 경제적 능력이 생기고 가정에서의 위상이 바뀌게 되어 처가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시집하고 변소는 멀라고 했다’는 식으로 많이 이야기하고, 처갓집을 도와주는 걸 싫어했는데, 능력 있는 여성들은 비록 드러내지 못하지만 친정을 몰래 돕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또 딸이 시집가서 장사 등을 통해 경제력을 가진 경우, 친정부모가 큰 소리를 치는 경우도 나타났다.


가정 내에서 여성에 대한 남편의 폭력은 아직도 상당히 많은데, 특히 어려운 환경에 있는 가정에서의 폭력이 더 심각하다. 하지만 부인에게 손찌검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동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주변 여성들이 ‘살지 말아라’며 맞서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사회는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북한 여성들이 시장을 통한 경제활동을 하게 되고, 그 결과로 여성의 가정 내 위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 이 글은 최근에 있었던 여러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2012년 북한을 나온 탈북자의 증언을 자료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 : 이주철 박사(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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