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선군영화: 민족주의와 남성성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총대위에 평화도 있고 사회주의도 있다’며 선군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영화에서 ‘선군영화’로 나타나고 있다. 선군영화를 강조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표면적인 변화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보다 통일이나 전쟁주제의 영화를 주로 제작하던 ‘조선인민군 4․25예술영화촬영소’의 작품제작이 활발해졌으며 군인, 군대 소재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선군영화란 군인과 군대소재의 영화라는 식으로 소재주의로 파악해서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오히려 ‘선군시대의 정신을 담은 영화’ 정도로 넓게 설정해두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일례로 북한의 문헌을 보면 선군시대 명작이란 사상성과 예술성에 있어 그리고 극작술과 창작수법에 있어서 나무랄 데 없는 영화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일반적인 영화에 대한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군영화의 제작 독려는 일종의 남성멜로드라마들이 스크린을 점령하는 계기가 되었다. 군대와 전쟁의 기억이 영화를 지배하면서, 남성과 대등하게 맞서던 경희극의 여성인물들은 보조인물로 물러나고 남성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이 중요하게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먼산의 노을>(2004), <그는 대좌였다>(2004), <그들은 평범한 전사들이었다>(2005), <내 고향의 바다>(2005), <민들레꽃다발>(2005), <새령마루에로>(2005)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스승과 제자, 그것을 변형한 군대의 사수와 부하의 재현을 통해 남성성을 재확인 혹은 남성성을 복귀시키려는 남성멜로드라마 경향이 2007년 <강호영>, 2008년에 제작된 영화 <군항의 부름소리>, <우리를 지켜보라>, <그날의 중위>에서도 반복되었다.

선군사상과 총대사상의 저변에 깔린 위기감은 그 반작용으로 남성성을 확인하고 옹호하려는 태도로 나타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고립과 외부와의 대결의식은 민족의 주체로서 강한 남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영화에 재현되는 남성들의 질서, 규범, 강인한 신체는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우리 민족제일주의’, ‘총대사상’으로 무장한 강성대국의 이미지에 다름 아니다.

영화에서 남성인물들은 개인적 성공을 포기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거나 나라 혹은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신화가 되어 후배대원들의 연대감의 구심점이 된다. 공동체를 위한 헌신, 집단주의, 돌격대적인 정신과 사업진행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구하기 어려운 북한의 현실에서 너무나 절실한 것들이다. 남성 주인공이 보여주는 희생과 공동체 우선주의는 그동안 북한 영화사에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위기가 강할수록 보수적 반작용도 강해져 ‘선군영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필자 : 이명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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