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당·정·군 고위간부들
북한에도 특권층이 존재하는가? 주체사상의 논리나 공식설명에서는 전면 부정되지만, 현실적으로 엄연히 존재하며 실제로는 커다란 계층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주민들과 간부들은 소비생활이나 정치적 권리, 사회적 권리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에서 최고위 상류층은 당정군의 상급간부들이다. 특히 1956년 8월 종파사건 이후 유일지배 분파로 등장한 만주파(滿洲派)와 그의 가족들이 핵심이다. 이들은 북한사회주의체제 등장 이후, 최고위직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들에게는 차번호가 “55- “로 시작되는 벤츠나 볼보가 제공되고 특수진료소를 따로 이용한다. 한마디로 성골로 해당하는 사람들로서 ‘백두산 줄기’로도 불린다.



다음으로 고위관료와 군간부들이다. 당중앙위원, 내각의 상(장관)급 이상, 노동당의 부상(내각의 부장에 해당)급 이상, 군(인민무력부) 대장급 이상만 쳐도 1천명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까지가 이른바 ‘노멘클라투라’(Nomenklatula)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상당한 계층적 응집력과 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신분등급에 따라 물자를 차별적으로 공급받는다. 사회주의국가에서 당의 권력과 권위라는 것은 사실상 당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점, 재화와 취업 기회에 대한 아주 조직화된 독점에 기초하고 있음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이들보다는 밑이지만, 일반주민들과 구별되는 사람들로는 내각의 부부장, 박사, 교수, 인민예술가(물자공급등급 9등급), 부교수, 준박사, 공훈체육인, 공훈예술가, 중앙기관 국장급(10등급) 등이 있다. 이들은 일반인들에겐 정기공급이 되지 않는 육류, 생선, 식용유 등을 공급받는다.



알다시피 북한에서는 당이 인사권(人事權)을 철저하게 독점한다. 인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중앙당 비서국 조직지도부와 중앙당 비서국 간부부를 들 수 있다. 하급 당간부들이나 지방인민위원회 간부들의 경우, 지방당위원회 조직부에서 인사를 책임진다. 중앙당 간부들의 경우, 중앙당 비서국 간부부 주관하에 주로 중앙기관 간부나 제대군인, 혹은 일반 대학 졸업생들 가운데 선발하여 일정한 연수를 거친 후에 임용한다. 중앙당 비서국 간부부는 조직지도부의 인사 대상(즉, 중앙당의 모든 간부)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의 인사를 담당한다.



중앙당의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출신성분이 무엇보다 좋아야 하며, 정규 고등교육 과정을 밟아야 한다. 특히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와 같은 핵심부서의 간부는 ‘혁명가 집안’이나 전쟁 시기 학살자 유족 출신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렵다. 현재의 고위간부들을 보면, 원로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정규 고등교육을 받거나 해외유학파들이다. 특히 김정일 체제가 확립되면서부터 새롭게 충원되는 간부에게는 대학교육 이수가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당급 간부들은 대개 주로 김일성 고급당학교, 인민경제대학, 국제부 소속의 국제관계대학, 청년사업부 소속의 금성정치대학, 근로단체부 소속의 강반석 유자녀대학, 작전부 소속의 김정일 정치군사대학 등의 유명대학을 통해 배출된다. 특히 김일성 고급당학교는 전국의 당 간부 양성의 핵심 역할을 한다. 지방대학 졸업생의 경우 지방당 간부부와 지방 인민위원회 노동과에서 배치를 담당하지만 중앙에 속한 대학 졸업생은 내각 사무국 대학생 배치과에서 직접 관할한다.



당간부가 된 후에도 직위가 올라감에 따라 김일성고급당학교, 인민경제대학, 국제관계대학 등과 같은 당간부 양성기관에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당간부 양성기관들은 당간부 재교육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단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짧게는 2개월부터 길게는 4년제까지 여러 프로그램이 발달되어 있으며, 교육내용도 주체사상, 유일사상체계와 당정책의 기본 이론과 실습 등이 포함된다.



전문적인 유급(有給) 당일꾼의 경우 특별한 과오가 없으면 60세 이상까지 현직에서 일할 수 있으며 퇴직 후에는 대체로 공로자 연금에 의거 당시 월급의 60% 정도를 지급받고 있다. 이들은 최고의 계층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각종 사회적·물질적 혜택을 받는다. 임금은 중앙당 부장급의 경우, 300-350원 정도 받았다. 그러나 2002년 일련의 경제변화 조치 이후 상당히 인상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의 전체 간부직제는 매우 복잡하지만, 이를 간략히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들 간부층은 국가공급상의 특권과 더불어 정보의 독점도 누리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정보는 이중화되어 있는데, 일반주민용 신문과 간부층이 보는 신문은 다르다. 노동신문 등은 주민선전 차원의 목적이지만, 간부들이 접할 수 있는 각종 정보들은 비교적 사실에 가깝다. 고위간부들이 보는 내부용 문헌의 일종인 ‘참고자료’에는 남한의 GNP 등이 그대로 실려 있다.



아울러 이들은 사실상 공식적인 수입보다는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특권과 지위를 자신들의 사익 추구를 위해 반합법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평양 주재 러시아외교관을 역임한 알렉산드로 만수로프(Alexandre Y. Mansourov)의 경험담을 보자. 그는 지난 98년 6월, 북한측 사업가로부터 러시아산 중고트럭 2백대를 대당 5천달러에 공급해 줄 수 없겠느냐의 문의를 받았다는 경험을 소개하면서, 현재 러시아에 뿌리내린 신흥자본가와 유사한 계층이 북한에 태동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사실 황장엽과 김덕홍의 경우에도 이같은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이들의 정치적 신념을 차치하고 보면, 귀순하기 이전 중국을 왕래하며 활동할 당시 물론 한국측과의 밀접한 상호작용이 매개가 된 것이지만, 그들이 지닌 직권을 활용해 상상밖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고위간부층들의 특수한 치부 사례로서 시게무라 도시미쯔는 “장성택은 97년에 있었던 ‘사회주의청년동맹’ 사건으로 넉달간 조사를 받았다. 사회주의청년동맹 간부들은 당시 한국의 안기부로부터 거액을 받고 제주도 관광(觀光)까지 즐겼다고 한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외부와의 경제교류, 상호작용이 확대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부산물로 여길 수 있지만, 앞으로도 간부층들은 이같은 방식을 포함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한 부의 축적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일반주민들이 느끼는 불만은 간부와 주민간의 명백한 차별대우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북한사회의 특권층은 주로 당간부에 해당된다. 특히 고위 당간부들의 경우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격차에 대한 일반주민들의 대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자신도 지위상승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돈벌이 등 실용적인 하나의 대안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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