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을 전후하여 북한의 문학계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냉전체제는 한반도에 강한 영향을 미쳤기에 이북에서는 냉전적 반제국주의란 것이 강한 기류를 형성하였다. 문학계에서도 해방 직후에 보여주었던 다양한 경향이 점점 사라져 가기 시작하였으며 고정된 창작방법이 휩쓸기 시작하였다.

긍정적 모범의 감화 교양이라는 것이 문학의 주된 기능으로 널리 인정받고 강요되기 시작하면서 그 이외의 것은 점차 문제가 있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또한 남북의 통일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도 민주기지론이 점차 득세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에 나온 이기영의 <땅>은 그러한 변화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해방 직후에 쓴 <개벽>은 마찬가지로 토지개혁 시기의 농촌을 그린 것이기는 하지만 긍정적 모범 인물을 통한 감화 교양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땅>에 와서는 완전히 긍정적 모범에 의한 감화 교양을 표나게 내세우는 경향이 뚜렷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이기영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작가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당시 북한의 문학계를 완전히 압도한 것으로 보는 것도 제대로 당대 문학계의 현실을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긍정적 모범의 감화교양이란 주도적 창작방법이 갖는 의도하지 않은 획일성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창작을 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김사량이다. 그는 <칠현금>이란 작품을 1949년에 발표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당시 주류적 작품과는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당시의 여타 작품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영웅적이고 긍정적인 인물이 되지 못한다. 또한 타의 모범이 될 만큼 강한 인상을 주는 인물도 아니다. 그런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도 작가는 일제하의 억압과 해방된 후의 자유로움을 적절하게 대비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고려할 때 이 시기는 긍정적 모범의 감화 교양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고상한 리얼리즘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것이 이 시대의 모든 문학을 지배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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