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시대의 대표적 작품들
1959년 이후부터 북한의 문학은 크게 두 가지 양상을 드러냈었다. 하나는 현실을 매우 다양하게 그려내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전후에 시작된 비판성의 강화는 이 시기에 이르러 현실을 한층 깊이있게 그려내는 것으로 이어졌고 문학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천리마 기수들의 형상부터 청춘 남녀의 애정에 이르기까지 그 이전의 북한의 시문학이 감당하지 못하였던 다채로운 시세계가 펼쳐진다. 다른 하나는 혁명전통의 강조이다. 이 시기에 이르러서 일제하 항일혁명운동에 대한 형상화가 많아지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이었다.



이 시기의 작품은 주로 두 가지의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천리마 기수들이 농촌에서 벌이는 일들과 그 모습을 큰 소리로 담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변하는 농촌 현실의 내부 변화를 작은 목소리에 담은 작품들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농촌 현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는 정서촌의 ‘하늘의 별들이 다 아는 처녀’와 오영재의 ‘조국이 사랑하는 처녀’를 들 수 있다. 열 아홉의 처녀가 한 밤중에 들에 나가 쓰지 못하는 땅을 일구는 모습을 통해 농촌의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을 사랑하며 자신의 이익과 관계없이 집단주의의 정신으로 일하는 풍토를 보여준 작품이다. 과업을 받은 것도 아니고 노력수첩에 점수를 더 받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땅을 더 넓힌다는 일념으로 일하는 태도이다. 오영재의 ‘조국이 사랑하는 처녀’는 모내기철에 혼자서 이만평을 꽂아낼 정도로 희생적으로 일을 하면서도 자기가 받은 분배를 마치 나라에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처녀 농사꾼의 모습을 통하여 변화된 농촌 사회에서 이제 농민들이 스스로 주인으로 일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은 손노동으로 하지만 곧 모든 것을 기계노동으로 하여 이 고운 손의 수고로움을 들어주는 일에 조국이 앞장설 것을 예견하면서 미래의 농촌 사회에 대한 희망도 아울러 보여주고 있다. 이 시는 마치 모든 농촌의 노동이 기계화된 것처럼 부풀려 과장하는 이 시기 다른 시들과 다르긴 하지만 사회보다는 국가를 앞장세운다는 점에서 국가를 우선하는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작품 중에서 농촌 현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는 김병두의 ‘발자국’과 김조규의 시초 <마을의 서정>을 들 수 있다. 김병두의 ‘발자국’은 농촌 마을에서 들로 나가는 길에 놓여 있는 시냇물 위에 걸쳐 있는 다리가 징검돌에서 나무다리로, 나무다리에서 콘크리트 다리로 바뀌어 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농촌의 삶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제시한 작품으로 당대 북한 농촌 사회의 변화를 아주 조그마한 세부를 통하여 잘 보여주고 있다. 결코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 앞에 던져주고 있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김조규의 시초 <마을의 서정>도 이채를 발하는 작품이다. 이 시초 중 ‘물새’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던 삼수갑산 마을에 물이 들어오고 이에 따라 산새뿐만 아니라 물새까지도 찾아드는 광경을 통하여 변화하는 농촌의 삶을 역시 조용하지만 아주 강렬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시초의 한 작품인 ‘눈과 눈’은 이러한 농촌에서 젊은 남녀들이 어떻게 자신이 맡은 일을 하면서 명랑하게 서로 애정을 나누고 있는가를 하루 일을 마치고 느티나무 밑에서 재회하면서 서로 뜻을 나누는 젊은 남녀의 모습을 통하여 아주 인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노승모의 ‘농장의 휴식일’, 오영환의 ‘쾌청한 날’ 등을 들 수 있다.



이 시기 북한의 시 작품들 중 당대 현실을 다룬 것 중에는 위에서 보았던 것처럼 농촌과 노동현장에서의 민중들의 모습 이외에 생활의 폭넓은 영역을 다룬 작품들이 많이 있다. 일상 생활의 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느낌들은 과거에는 시적 대상으로서 중요하게 취급받지 못하였지만 이 시점에 이르러서는 주목을 받았다. 젊은 청년 남녀들의 애정생활을 비롯하여 다양한 인간의 삶과 인정세태가 바로 시적 대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더욱 지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이 필요하였는데 그것은 이들 시가 다루는 대상이 일상의 생활인만큼 이를 바라보고 형상화하는 눈의 깊이가 보장되지 않으면 무맥하게 끝나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김응하의 ‘먼 곳에서’이다. 이 작품은 새삼스럽게 어머니의 따뜻한 정을 느끼는 시적 화자의 감회를 담은 것인데 만약 이것 만이라면 이 시는 평범한 시로 끝났을 것이다. 이 시에서는 어머니가 떠오른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갑자기 그 동안 떠오르지 않았던 어머니가 주목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 동안 들끓는 노동과 전쟁 등으로 인하여 생활이 대단히 바빴고 또한 그러한 큰 일들에 매달리다 보니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은 ‘작은 감정’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작은 감정에 자기를 맡기기에는 자신의 일이 너무나 중대하고 크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다른 것은 사소하다고 지나쳐도 무방하다고 생각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의 마음 깊이 다가오는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정은 결코 작은 것도 사소한 것도 아닌 중요한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감정이 진실하게 잘 드러나 있어 이 시는 이채를 발하고 있으며 또한 이 시는 이 시기 북한 시문학의 새로운 경향의 일단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황승명의 ‘부모된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갓 태어난 자식을 보면서 그들에게는 그늘을 넘겨줄 수 없다고 다짐하는 부모의 애틋한 감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세상의 부모들이 다 가지는 그러한 감정에 그쳐서는 이 시가 매력을 가지기 어려웠을 터인데 다음 세대 전체에게 떳떳하게 설 수 있는 세대가 되고자 하는 희망이 곁들여져 있어 특이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항일혁명에 대한 강조는 조국애를 매개로 하여 이 시기 문학 작품에서 강하게 드러났다.조국에 대한 감정을 노래한 이 시기의 작품 중에서 조국 산천에 스며있는 항일전통의 체취를 발견하는 시들이 있다. 김순석의 ‘도강지점에서’, 안창만의 ‘오가산 밀림에서’ 등은 바로 이러한 지향을 담고 있는 작품 중 대표적인 작품이다. 김순석의 ‘도강지점에서’는 압록강이 시작되는 한 지점에 서서 과거 항일혁명가들이 조국의 해방을 위하여 강을 건너오던 때를 회상하면서 이것이 갖는 중요성을 말하는 작품이다. 현재 이러한 자연 하나도 바로 이러한 항일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조국 산천이 결코 우연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안창만의 ‘오가산 밀림에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항일운동이 이루어지던 밀림을 통하여 오늘의 이러한 조국이 있기 위해서 과거 어떤 노력이 있었는가를 환기한다. 이들 작품에서는 조국의 산천이 주된 시적 대상으로 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통해 조국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끝없이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항일혁명의 전통을 그리는 것은 장편소설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기영의 <두만강>이나 천세봉의 <고난의 세월> 등이 그러한 작품들이다. 천세봉의 <안개 흐르는 새언덕>은 혁명전통에 대한 형상화가 결코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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