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혁명문학의 대표작들
1967년 이후 주체문학이 전면화되면서 시문학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경향은 이른바 수령형상창조와 더불어 혁명전통을 다룬 것들이다. 1930년대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항일운동을 바로 오늘날 북한 역사의 원류로 보고 그것과의 연관 위에서 과거를 해석하고 현재를 바라보는 이러한 태도는 절대적 과거 속에서 현재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는 또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항일운동 세력 이외에는 전혀 전통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그것만을 유일한 과거로 해석함으로써 전일성을 드러낸다.

혁명전통을 다루는 이 시기 북한의 작품은 다양하게 드러나는데 가장 우선된 것은 역시 1930년대의 항일운동을 역사의 원류로 해석하는 작품들이다. 이용악의 ‘우리 당의 행군로’가 그 대표적인 작품인데 과거 항일 투사들이 걷던 길이야말로 바로 북한 역사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이일복의 ‘혁명주권의 요람’, 이호일의 ‘동지들 이 총을 받아주’도 마찬가지 경향의 시이다. 혁명전통을 다룬 작품 중에서 또 다른 경향의 작품은 과거 운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사적지를 소재로 삼아 시적 전개를 펼친 작품들이다. 이의 대표적인 작품이 구희철의 ‘불멸의 자욱 어린 영광의 땅이여’이다. 이 작품은 백두산 근처 혁명사적지를 답사하면서 곳곳에서 느낀 감회를 옮긴 작품이다. 시 치곤 아주 긴 32연의 이 작품에서는 전적지가 거의 망라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경향의 작품으로는 이정술의 ‘무포의 밤’, 차승수의 ‘영광의 땅’, 김재윤의 ‘사랑의 사적비’, 박세옥의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 등이 있다. 사적지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투사들의 심정을 자기화한 작품으로 계훈의 ‘백두산상의 밤’ 등을 들 수 있다.

장편소설에서도 항일혁명투쟁을 그린 작품이 많아 나왔다. 석윤기의 <무성하는 해바라기>를 비롯하여 “불멸의 역사” 총서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북한 문학에서 김일성의 형상이 직접 나오는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이른바 수령형상문학이라는 것이 그 이전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 특히 중편, 장편소설에서는 예외없이 김일성의 형상이 직접 등장인물로 작품 속에 드러났다.

1970년대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3대혁명소조원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북한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급속하게 바뀌어 가는 과학기술을 재빨리 현장에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이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또한 노동자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 이것은 외국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둘째는 세대 문제이다. 과학기술혁명을 통하여 생산력을 높이고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이를 활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공장과 농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지배인들이나 위원장들이 과거의 방식에 집착하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애써 피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를 생산 현장에 투입하여 그들로 하여금 생산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의 북한 시에서 세대의 문제가 나오게 된다.

과학기술의 문제는 공장과 농촌 가릴 것 없이 대두되지만 특히 공장에서는 자동화의 문제가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이 문제를 다룬 시들은 최호진의 ‘철의 물결이 파도쳐간다’, 장건식의 ‘좋은 날에’, 김희종의 ‘사랑의 화면’, 차승수의 ‘사랑의 흐름선’ 등이 여기에 속한다. 김희종의 ‘사랑의 화면’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의 부제 ‘산업텔레비죤 앞에서’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용해 공장의 지령실에 있는 산업텔레비젼을 통하여 기계들을 작동화 시킴으로써 과거에 불 가까이에서 땀을 흘리면서 일하던 시절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생산의 증산도 물론이지만 노동자들을 힘든 손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삶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이 시의 제목이 ‘사랑의 화면’이라고 되어 있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변화가 결국 노동자들 삶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층 큰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로 시인은 이러한 현실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에 주목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읽는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문제는 비단 공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농촌에서도 일어났다. 윤두근의 ‘기계손으로 농사짓는 벌에서’, 조빈의 ‘소조원 처녀’, 최병원의 ‘농장의 출근길’ 등의 시가 이러한 경향의 작품인데, 최병원의 ‘농장의 출근길’은 이 경향의 문제적 작품이다. 이 시기 농촌에서의 과학기술의 문제는 공장의 자동화와는 달리 종합적 기계화로 상징된다. 트랙터는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들어 특별히 농촌에서 문제가 될 수 없기에 영농작업의 방식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을 높이는 일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촌에서의 이 과학기술의 문제는 공장과 달리 현재의 절실한 과제이기보다는 미래의 일이기도 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 것이 최병원의 ‘농장의 출근길’이다. 이 시에서는 현재의 농촌보다는 미래의 한층 기계화된 농촌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읊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문제는 세대의 문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전의 방식에 익숙해 있는 세대들은 이전에 해오던 방식대로 하려고만 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의 도입에는 항상 유보적이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새로운 과학기술의 도입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과학기술을 배운 새 세대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고 이 시기에 벌어진 3대혁명소조운동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점을 다룬 것으로 오대석의 ‘로장의 말’, 변홍영의 ‘혁명전위에 대한 생각’, 동기춘의 ‘우리 모두 다 쟁취하리라, 3대혁명 붉은 기를’, 김희종의 ‘소조원과 함께’ 등이다.

동기춘의 시는 이 새로운 운동이 해방 직후의 사상총동원운동, 전후의 천리마 운동에 나섰던 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들이 그 주역을 떠맡을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구세대와 새세대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되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문제가 생긴다. 바로 그러한 우려와 더불어 희망을 말한 시가 오대석의 ‘로장의 말’이다. 이 시는 바로 현장에서 과학기술의 도입과정에서 세대들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드러날 수 있는가와 그것이 어떤 식으로 풀려나가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구세대인 노의 장이 결국 젊은 소조원들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지만 당시 북한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문제와 세대간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또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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