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넷 중 셋 “北에 반감”…통일에 도움되는 국가 “없다” 59% (2020.08.16)
국민 넷 중 셋 “北에 반감”…통일에 도움되는 국가 “없다” 59%
지난 6월,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됐습니다. 최근에는 3년 만에 재월북한 탈북민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개성시를 봉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도 수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해 복구 지원으로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나왔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홍수 피해에 대한 외부 지원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해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을 계기로 얼어붙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아직까지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KBS가 2010년부터 매년 광복절 무렵에 실시해 온 ‘국민 통일의식 조사’의 올해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를 보면 최근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해 현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데요. 특히 매년 같은 질문을 했던 문항들을 살펴보면 같은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과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까지 주로 전화조사(RDD) 방식으로 실시하다 올해부터는 ‘KBS 국민패널’을 활용한 인터넷 설문조사로 진행하면서 조사 방법과 성/연령/지역별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 일부 변경된 관계로 직접적인 수치 변화를 비교하는 데에는 다소의 한계가 있음을 밝힙니다. 하지만 변화의 추이를 짐작하는 데는 여전히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먼저 북한 김정은 정권과 집권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74.5%나 됐고, ‘그저 그렇다’가 21.4%,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4.1%에 불과했습니다. 반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2018년(35.4%), 2019년(51.6%)에 비해 크게 증가하며 2017년(88.9%)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의 통일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관심이 있다(17.1%)’와 ‘대체로 관심이 있는 편이다(52.3%)’라는 응답을 합한 긍정 응답은 69.4%였습니다.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다(25.3%)’와 ‘전혀 관심이 없다(5.2%)’를 합한 부정 응답 30.6%보다는 두 배 이상 많은 수치이지만, 2018년 75.9%, 2019년 73.0%가 ‘관심이 있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통일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추세로 보입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부담만 없다면 통일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44.2%로 가장 많았고, ‘상당기간 현 공존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가 24.3%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드시 통일돼야 한다’는 과거 조사에서 꾸준히 20%대를 유지했으나 이번에는 15.4%에 그쳤고, ‘통일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응답이 이보다 많은 16.2%를 차지했습니다.

통일을 위해 남한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두 가지를 선택해 달라는 질문에는 북핵 문제 해결(43.8%)과 군사적 신뢰구축(42.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으로 남북한 경제 교류협력(29.6%)과 문화교류 및 인적교류(25.3%), 남한 내부의 국론통일(20.9%) 순이었습니다.

한반도 통일에 가장 도움이 되는 국가는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10명 중 6명이(59%) “없다”고 답해 지난 10년간 조사 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가를 선택한 응답 중에는 ‘미국’이라는 대답이 29.8%로 가장 많았는데, 미국을 꼽은 응답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활발히 진행되던 2018~2019년 절반에 육박했으나 올해는 크게 줄었습니다. 중국(8.3%)이 그다음이었고, 일본이라는 응답(0.7%)은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북핵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당분간 해결 어려울 것(65.4%)’이라는 응답이 ‘쉽지는 않지만 해결될 것(29%)’이라는 응답의 2배가 넘어 2017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재의 안보 상황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4.1%가 ‘불안하다(매우+약간)’고 응답해 ‘불안하지 않다(별로+전혀)’는 응답 35.9%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와 ‘대체로 반대’를 합한 것이 51.5%, ‘매우 찬성’과 ‘대체로 찬성’을 합한 것이 48.5%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넘지 못했습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과 남북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주철 KBS 남북교류협력단 연구위원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면서 한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 구축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KBS 남북교류협력단이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닷새간 KBS 국민패널을 활용한 인터넷 설문조사로 진행했습니다. 응답률은 9.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입니다.

 
 
이효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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