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선보인 24시간 태풍특보…北 매체에 가득한 ‘재난’, 왜? (2020.09.03)

북한이 선보인 24시간 태풍특보…北 매체에 가득한 ‘재난’, 왜?

■ 북한 조선중앙TV, 태풍 ‘마이삭’ 상륙 24시간 재난방송 돌입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면서 북한 조선중앙TV는 어제(2일) 오후 6시경부터 오늘 오전까지 밤새 재난방송 체제를 가동했습니다.

정규 편성된 드라마 방영 도중에 방송을 끊고 태풍이 지나가는 현장을 비추기도 했는데요.

조선중앙TV는 태풍의 예상 진로였던 강원도 고성군과 문천시, 원산시, 함경도 단천시, 신포시, 김책시, 함흥시 등 현장에 방송원(기자)을 내보내 매시간마다 거의 실시간으로 태풍 진행 상황을 전달했습니다. 해안가 지역이 흙탕물에 뒤덮인 모습 등이 화면에 생생하게 담겼는데요. 우리 기상청인 북한 기상수문국을 연결해 태풍 예상 경로를 시시각각 예보하기도 했습니다.

■ ‘편집된’ 보도만 해오던 북한TV, 거의 실시간으로 태풍 상황 보도

조선중앙TV는 지난달 태풍 ‘바비’가 상륙했을 때도 거의 실시간으로 태풍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중계하는 것이 주민 안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와 많이 다른 대목입니다. 그간 조선중앙TV는 자연재해와 관련해서도 잘 편집된 ‘선전’ 목적의 사후 보도를 주로 해왔기 때문입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체제 자존심보다는 ‘실용’을 택한 것 같다”면서 “주민들에게 재해 상황을 신속하게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20. 8. 30 조선중앙통신 / 황해남도 태풍 피해 현장 복구작업 모습2020. 8. 30 조선중앙통신 / 황해남도 태풍 피해 현장 복구작업 모습

■ 최근 북한매체 온통 ‘재난·재난·재난’

최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매체들을 들여다보면 ‘재난’ 관련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우선 최근 긴 장마에 따른 ‘홍수’ 관련 보도입니다. 노동신문의 경우 최근 2~3면 정도를 할애해 ‘큰물(홍수)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선전과 함께 각 지역의 복구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노동당 고위 간부들이 피해 현장을 시찰한 현장 모습도 종종 등장합니다.

코로나19 보도도 매일 빠지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방역사업을 철저히 해야한다는 내용인데, 매일 노동신문 마지막 면에는 세계 각국의 코로나 전파 상황을 상세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코로나 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한 뒤, 주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보도가 더 빈번해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태풍 소식들이 더해졌습니다. 태풍 ‘바비’ 피해 복구에 힘쓰자는 소식과 함께 어제와 오늘, ‘마이삭’ 재난방송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최근 북한매체는 재난 보도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28일~31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모습지난해 12월 28일~31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모습

■ 김정은, 지난해 전원회의 때부터 ‘자연재해 대응’ 강조

사실 재난만큼 국가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좋은 상황도 없습니다. 태풍, 홍수, 지진 등 모든 거대한 재해 앞에서 기본적인 대응 단위는 ‘국가’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국가위기에 대한 ‘시스템적인 대응’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최고지도자에게 집중됐던 권한을 일부 고위 관료들에게 분산하는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읽히는데요.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는 의도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자연재해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이미 강조했습니다. 전원회의는 북한의 주요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기구입니다.

아래는 지난해 전원회의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내용입니다.

조선로동당 위원장 동지께서는 (중략)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를 정연하게 세울데 대한 문제들을 제기하시였다.

조선로동당 위원장 동지께서는 증산절약과 질제고 운동을 힘있게 벌리며 생태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재해 방지대책을 철저히 세울데 대하여 언급하시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북미간 협상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더욱 강조하면서 자연재해 대응의 중요성도 절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열심히 농사 지어놨더니 가뭄이나 홍수가 한 번 오면다 물거품이 되는 상황을 보니,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서 국가 재난 위기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조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시스템적’인 위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라는 것입니다.

임 교수는 “이번 태풍에 대한 실시간 방송도 국가 비상 대응체제를 만드는 차원에서 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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