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냉각…표류하는 북일 관계 (남북의 창 / 2020.02.29)
[클로즈업 북한] 16년째 냉각…표류하는 북일 관계
 
 
 
[앵커]

지난 2월22일, 올해도 일본 시마네현에선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쳤고, 일본 정부는 맞장구라도 치듯 이 자리에 정부 고위인사를 파견했습니다.

이 같은 일본의 태도에 북한 당국이 맹비난을 하고 나섰는데요,

북한의 일본 비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지난해 아베총리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했지만 북한은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물론 오히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

북한에겐 어떠한 속내가 있는 걸까요?

이번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3.1절을 맞아 북일 관계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북한 영화 ‘피 묻은 략패’/2004년 : "무릉도(울릉도)와 우산도(독도)에는 금부처 한 쌍이 있으니 이는 해동의 보물로써 이 금부처를 모시면 강토는 후손만대에 영원 보존되리라."]

지난 2월 24일, 북한 조선중앙TV에선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한편이 방영됐다.

2004년 작품 <피 묻은 략패>다.

[북한 영화 ‘피 묻은 략패’/2004년 : "아버지~! (오냐.)"]

2005년, 남한의 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소개된 이 영화는 독도를 지키는 고려시대 삼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북한 영화 ‘피 묻은 략패’/2004년 : "모조리 죽여라! (죽여라!)"]

왜구에게 독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고려인들의 싸움이 시작되고, 삼형제의 아버지는 독도의 오랜 징표를 숨기기 위해 끝내 목숨을 바친다.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주인공은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해 다시 한 번 왜적에 맞선다.

[북한 영화 ‘피 묻은 략패’/2004년 : "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이 땅에서 네놈들이 풀 한 대, 돌 한 개라도 감히 건드린다면 우리는 천추만대를 이어 가면서 네놈들을 징벌 할 것이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독도영유권문제로 한일관계가 극도로 냉각됐던 시기, 시대의 설정을 과거 고려시대에 두고 남과 북을 하나로 이끌었다는 점과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남과 북의 공동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북한 영화 ‘피 묻은 략패’/2004년 : "그러나 독도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우리의 땅이다."]

북한 매체는 방송 논평을 통해서도 일본의 독도 소유권 주장을 높은 수위로 비난하고 있다.

[조선중앙TV/2월20일 : "극우보수깡패들을 비롯한 어중이떠중이들이 연일 무리로 몰려들어서 독도가 저들 땅이라고 고아대면서 추태를 부리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공인된 조선의 신성한 영토인 독도가 결코 저들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합니다."]

그밖에도 다큐멘터리 형식의 기록영화.

특집 프로그램들을 통해 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끊임없이 고발하고 있다.

여기엔 전후 보상에 대해 어떠한 결론도 내지 않은 북·일 관계에서 북한당국이 반성과 사죄를 강조함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이기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일본 같은 경우는 전후체제 결산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전쟁 상태에 있었던 국가들과 배상금 지급이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는데 북한하고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고요. 최근에 북한에서 노동신문에서 일본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아무래도 향후에 있을 북일대화 혹은 국교 정상화까지 염두에 두고 하나의 카드로서 지금 강력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고 봅니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북일 수교협상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일본인 납치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수교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나 2000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고이즈미 당시 총리는 임기 내에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북한 역시 일본과의 수교협상을 통해 일본의 대북한 적대시정책을 전환시키고, 과거사에 대한 보상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KBS뉴스9/2002년 9월 : "역사적인 북일정상회담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2002년 9월, 마침내 북-일 두 정상이 평양에서 만났다.

일본은 과거사 보상과 국교정상화회담을 약속했고.

[조선중앙TV/2002년 9월 : "(일본 측은) 통렬한 반성과 마음속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표명하였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약속과 함께 납치자 문제를 시인했다.

[고이즈미/당시 일본 총리/2002년 9월 : "(김정일 위원장은) 과거에 북한 관계자가 행한 일을 솔직히 시인하고 유감이며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 5명이 24년 만에 귀국해 가족과 재회 하면서 북일 수교회담도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하마모토 후키에/납북 일본인/2004년 : "만나서 정말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하스이케 가오루/납북 일본인/2004년 :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부모님을 뵙게 돼 정말 기쁩니다."]

[고이즈미/당시 일본 총리/2004년 : "평양 선언의 정신에 따라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국교 정상화로 가는 길을 놓고 싶습니다."]

그러나 순탄 할 것 같던 북일 관계에 신뢰가 깨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북한이 일본인 납치피해자라고 건네준 유골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요코다 메구미 사건”이다.

[호소다/당시 일본 관방장관/2004년 : "북한의 조사가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매우 유감입니다."]

북한에 대한 일본내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납치피해자 가족과 지원 단체는 대북경제제재를 강력히 요구했다.

[요코다 다쿠야/요코다 메구미 동생/2004년 : "이렇게까지 가족과 일본인을 우습게 보는 것은 국민 모두가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악화된 여론에 뒤이어 터진 북한의 1차 핵실험 까지.

북일 관계는 더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 한 채 얼어붙기 시작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핵과 미사일은 일본의 안전과 안보를 위협하는 현실적인 대량살상무기입니다. 만약 일본의 대북지원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된다면 이것은 일본 국민들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납치자 문제와 핵과 미사일 문제의 해결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북일수교에 따른 경제적 배상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2012년 집권한 아베 신조 총리. 아베총리는 기존의 대북 강경노선을 고집하는 것은 물론, 침략의 역사마저 부정하는 극단적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2013년 :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다고 봐야 합니다."]

2015년 전후 70년 담화에선 침략행위에 대한 반성도 과거형에 그쳤고, 역사에 대한 사죄가 미래세대까지 이어져선 안된다는 발언으로 국제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2015년 :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안겨서는 안됩니다."]

당시 북한 당국도 아베 일본 총리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조선중앙TV/2015년 : "《담화》를 발표한 아베는 패전국의 수장으로서 짓수그린 몰골이 아니라 마치 대가리를 쳐들고 혀를 날름거리며 독을 내뿜는 일본산 독사 그대로였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아베총리가 부당성을 주장했을 때도 북한당국은 과거배상책임을 회피하는 파렴치한 망동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도 북한은 일본이 갈수록 오만방자하게 놀아나고 있다는 해설을 노동신문에 실었다.

그러면서 일본이 자신들의 죄악은 인정하지 않고 사죄와 배상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북일 관계에 있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배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평가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북한 입장에서는 현금을 통한 직접 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1965년에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경제 교섭 자금을 벤치마킹하는 것이죠. 북한은 향후에도 일본에 대한 비난을 압박하면서 자신에 대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고 향후 북일수교 과정에서 일본으로부터 많은 양보를 받으려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면 납치자 문제 논의가 먼저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아베 총리는 2018년, 돌연 북한에 대화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아베신조/일본 총리/2019년 시정연설 :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습니다."]

2019년 시정연설에서도 아베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엔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진행된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이기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현재 아베 정부는 핵과 미사일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 정부에 의존하고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해결하려고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우선적인 것은 역시 북미 관계의 개선 속에서 핵과 미사일이 우선 해결되어야 된다..."]

아베 총리는 올해 시정연설에서도 북일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정작 북한은 이에 묵묵부답으로 응할 뿐 아니라 일본의 부도덕한 행위들을 꼬집고 나섰다.

[조선중앙TV/2월 27일 : "최근 방사성 오물로 지구를 오염시키려는 일본의 행태가 세계를 격분시키고 있습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배출하려는 것은 물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을 허용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 하고 나선 것이다.

장기화 되는 북미교착상태와 마찬가지로 그 어떤 접점도 찾아 보기 힘든 북일 관계.

그러나 한반도와 주변국가의 안정을 위해선 북미 관계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북일 관계라는 분석이다.

[이기태/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주변국의 협력 그중에서도 일본의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일 간에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일관계가 역시 개선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공조 하에 북한과의 대화로 나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한일 간에 최근에 악화되었던 갈등 문제에 대한 해결이 추후에 북일관계 개선에서 적용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북일관계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첫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된 후 18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한 과 일본.

양국이 주장하는 반성과 사죄, 배상의 협상도 이제는 진정한 평화 안착이라는 테이블 위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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