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하나 된 남과 북…자강도 이야기 (남북의 창 2016.10.22)[통일로 미래로] 무대에서 하나 된 남과 북…자강도 이야기

 
 
 
   <앵커 멘트>
사선을 넘어온 탈북민들에 대해서 말로는 ‘미리 온 통일’이라고 반기기는 해도, 때론 막연한 편견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바로 그런 편견의 벽을 허물어 내기 위해 의미있는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네. 평소 북한의 실상을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성우들과, 실제 탈북민들이 함께 참가한 연극입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고 하던데요.
그 현장으로 흥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곳 한 쪽에 마련된 북한이탈주민 상담실에서 서울의 한 시립 공공병원.
4년 전 탈북한 강하나씨가 상담 업무에 한창입니다.
낯선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탈북민들에겐 이런 도움이 필수적인데요.
<인터뷰> 강하나(가명/탈북민) : “여기서는 다리가 ’쑤신다’, ‘아프다’, ‘통증이 온다’, 이렇게 말하는데 우리(탈북민)는 ‘쏜다’는 말을 하거든요. 다리… ‘선생님 다리가 쏩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선생님이 그 ‘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하나 씨는 북한에서 군 간호사로 일하던 경험을 살려, 탈북민 입원 환자들까지 아침저녁으로 살뜰히 챙깁니다.
<인터뷰> 강하나(가명/탈북민) : “재활 받을 때 잘 받아야지, 잘못하면 강직이 온단 말이야…”
탈북민 환자들은 그런 하나 씨를 엄마처럼, 친누나처럼 따릅니다.
<녹취> “머리 언제 감았어? (오늘 아침엔 못 감았지.)
<인터뷰> 김은철(탈북민) :  “강선생님이 항상 잘 해주니까, 여기 오면 의지가 됩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상담실과 입원실을 오가던 하나 씨.
퇴근 후, 어디론가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데요.
<인터뷰> 강하나(가명/탈북민) : “연극 연습해야 되기 때문에 빨리 가야 돼요. 늦으면 안돼요.”
갑자기 연극이라니 무슨 일인지, 함께 가 볼까요?
이곳에선 지금 아주 특별한 연극이 준비되고 있는데요.
바로, 탈북민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무는 ‘통일 연극’입니다.
한국 사회의 한 건설 현장인데요, 
연극 ‘자강도의 추억’,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탈북민과 함께 일하게 된 작업반장의 불만이 터져 나옵니다.
<녹취> “그런데 탈북하면 집도 주고, 그쟈? 학교도 보내주고, 그쟈? 생활비도 내주고, 그쟈? 그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위해서 뭘 했다고 특별대우야!”
이 연극은 자강도 출신 탈북민 세 명의 정착 스토리를 진솔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규석(작업반장 역/성우) : “(제가 연기하는) 인물의 성격은 한국 사람들 중에 많은 부분들이 해당된다고 봅니다. 편견이라든가 차별적 시선이라든가…”
성우들과 대본을 쓰는 작가가 탈북민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다루는 KBS 한민족방송 드라마에 출연하는…
<인터뷰> 이지환(연출 겸 현장소장 역/성우) :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 연습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더라고요. ‘여기서 작은 통일이 된 것 같다’라는 느낌? 그래서 정말 연습하는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면서 되게 새로운 걸 많이 느꼈어요.”
오랜 시간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탈북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이들은 연극을 통해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데요.
<인터뷰> 유환숙(드라마트루기/방송작가) : “동족이라는 것으로 뭉뚱그리면 절대 안돼요. 서로 전혀 다릅니다, 생활 방식은… 문화도 다르고요. 그러면 그런 상황에서 서로 다른 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게 제일 먼저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번 연극에서 하나 씨는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요?
까다로운 노인의 집에서 일하는 탈북민 가사도우미 역인데요.
<녹취> “그까짓 거, 내가 물어주면 되지 않습니까?”
연기가 처음인데도 정말 실감나죠?
<인터뷰> 강하나(가명/가사도우미 역/탈북민) : “떨려요. 원래 대본 받을 때부터 좀 떨렸습니다. 근데 연습을 하면서 하나하나 성우님들이 저희들을 가르쳐주고 연출가님이 하나하나 다 이렇게 가르쳐주면서 ‘아, 이렇게 하면 되겠네.’ 이런 용기가 생겼고…”
하나 씨 외에 따돌림을 당하는 탈북 여고생, 탈북민 건설 노동자 역할도 연기를 처음 하는 실제 탈북민이 맡았는데요.
이들의 연기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주인공의 사연이 곧 자신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강국(가명/건설 노동자 역/탈북민) : “(건설 노동자 혁수는)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돈을 열심히 벌기 위해서 지금 나와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실제 (내 얘기가) 담겨져 있는 거예요. 여기에 담겨져 있고, 내 생활의 절반이 거기에 차지하고 있거든요..”
<녹취> “설화 맞지?  (네, 맞습니다!)”
<인터뷰> 지미혜(집주인 역/성우) : “대사 하나하나에 본인들의 막 그런 감정이나 이런 것들이 묻어나서 실은 저희보다, 저희 늘 연극을 했던 사람들보다 더 진솔한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생업을 마치고 달려와 저녁마다 연습에 몰두한 지 한 달 째… 고단할 법도 한데, 초보 연기자들은 지칠 줄 모릅니다.
<인터뷰> 강하나(가명/가사도우미 역/탈북민) : “끝나고 집에 가면 보통 열한시, 열한시 넘어요. 그런데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기대치가 엄청 크거든요. 왜 남북한이 화합을 위한 이런 연극이기 때문에 그래서 힘든 줄 모르겠습니다.”
며칠 후,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입니다.
‘자강도의 추억’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3일 동안 이어진 공연은 모두 매진입니다.
<녹취> “보조석까지 다 깔아야 되는 상황이라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예상보다 뜨거운 관심에 배우들은 힘도 나고, 책임감도 커집니다.”
<녹취> “자강도의 추억 파이팅!”
<인터뷰> 강하나(가명/가사도우미 역/탈북민) : “이런 오해와 편견도 있을 수 있구나…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도와 주면 좋을까? 이런 데까지 나가면 너무 좋겠습니다.”
배우들의 바람처럼,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무대 위 인물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탈북민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사람, 남한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해 힘들었던 탈북민…
너나없이 한마음이 되어 울고 웃는데요.
남과 북 사람들이 어울려 만든 짧은 연극이 끝난 후 관객들의 소감은 어떨까요?
<인터뷰> 김한중(관객)  : “남북한 문제가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닌데 그 문제를 되게 위트도 있고 또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소재로 잘 풀어낸 것 같아서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 우찬희(관객) : “탈북민을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탈북민들이 정착 과정에서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차별과 배타적인 시선’인데요. 단순한 지원 대상이나 경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이웃으로 함께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극이 그런 계기를 마련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탈북민 3만 명 시대, ‘미리 온 통일’이라는 새 이웃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는데요.
서로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거두기 위한 이런 의미 있는 시도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응원과 다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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